예전에 저는 빈손군에게 안 쓰는 헹거형 이어폰을 줬었습니다. 한쪽이 단선되어 소리가 안 나긴 했지만, 만원 정도 돈을 내고 선을 교체하면 충분히 좋은 소리를 뽑아내는 물건이었고, 안 썼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줬습니다.
그런데 오늘, 롯데리아에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빈손군에게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깜짝 놀래서 집까지 뛰어갔다 왔습니다. 소포를 뜯어보니... 웬 스마트폰이 들어있더군요. 요즘 나오는 최신 폰이 아니라 2009년도에 흥했을 법한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엑스페리아 X1. 제가 처음으로 가지고 싶어했던 스마트폰 중 하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옴니아 2였지만 아이폰이 나오고 한나놈이 호갱이 되면서 까맣게 잊어버렸죠. ㄲ X1은 당시 스마트폰 치고 굉장히 높은 PPI를 가지고 있습니다. 3인치밖에 안 되는 액정에 800X480이란 고해상도 액정을 박아넣어 310PPI라는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죠. X1을 최초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스마트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건을 정확히 만족하니까요. 또한 물리 쿼티 키보드를 내장하고 있어 SNS질 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키감도 쫀득한 게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빈손군이 제가 준 X1은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는, 흔히 말하는 '벽돌' 기기였습니다. 처음 받아서 켰을 때 이후에는 조작이라곤 거의 하지 못하고 삽질만 했습니다. 윈모 잘 만지시는 분께 부탁해야 할 듯 합니다. ㅠ
요즘 스마트폰과 달리, 윈도우모바일 기반 스마트폰은 버튼이 참 많았습니다. X1도 많은 축에 속했습니다. 전면에 보이는 버튼만 무려 9개입니다. 각 버튼마다 통화 끊기, 통화 받기, X패널(X1 고유의 런처), 확인 등의 기능이 할당되어 있습니다. 뜯어고치기 아주 좋은 윈도우 모바일이라 능력만 있다면 버튼의 기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전면 액정은 터치스크린입니다. 요즘 폰에 쓰이는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아니라 감압식 터치스크린이지만 그래도 쓸만은 합니다. 좀 더 정밀한 터치가 가능하잖아요?
옆부분을 밀면 쿼티 키패드가 펼쳐집니다. 안드로원과는 다른 4열 키보드이지만, 눌리는 감은 꽤 좋습니다. 안드로원이 비정상적으로 좋았던 거죠.
다른 쿼티 폰들도 한번 사용해보고 싶군요. 근데 매물이 없어서... sigh.
폰 양 옆에는 LED가 내장되어 있어서 충전 시 깜빡깜빡 거립니다. 단, 벽돌 됬을때도 깜빡깜빡거려서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는 게 흠.....
제가 받은 기기가 좀 오래된 모델이라서 그런지 세월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코팅 벗겨진 게 가장 크게 보이는데... 이왕 벗길 거 전부 벗겨야겠군요 후훗
카메라는 320만 화소에 LED 플래시가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아래에 터치펜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이때는 소니에릭슨이 존재하던 시절이라 에쁘디 예쁜 소니에릭슨 마크가 붙어있습니다. 바로 아래에는 T 마크가 붙어있지만요. T 로고는 스티커로 붙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X1은 소니에릭슨에서 만들지 않고 HTC에서 만들었죠. 그래서 커스텀 롬질은 아주 쉽지만 마감이........
폰의 왼쪽 부분입니다. 마이크로 5핀 대신 거대한 미니5핀 단자만 보입니다. 한국표준 24핀 단자가 아니라 미니5핀이라 호환성은 좋겠군요.
우측에 뭔가 버튼이 있을 법한 부분이 있는데 아무런 버튼도 없어요. 대신, 스피커가 있습니다.
우측 부분엔 카메라 HOT키 with 반셔터랑 작디작은 볼륨 버튼이 있습니다. 아무리 디자인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볼륨버튼을 저렇게 작게 하는 건 뭔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엄청 불편할 거 같은데....
상단에는 이어폰 슬롯, 전원 버튼과 LED, 잠금 버튼을 겸하는 버튼이 있습니다. 아까 보았던 터치펜 슬롯이 이어폰 슬롯 바로 옆에 있습니다.
현재 제 능력으로는 이렇게 폰을 회생시킬 수 없는 듯 합니다. 넥서스원처럼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수도 없기에 더더욱 멘붕에 빠지고 있습니다. 당분간 요건 푹 묵혀놓았다가 제 실력이 좀 좋아지면(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 같지만) 그때 다시 손대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보류를 신청합니다. 안원처럼 잠들거라.
P.S. 혹시 고쳐주실 분 있을려나요... 드라이버도 잘 잡히는 걸 보면 분명 하드웨어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